뤼순에서 마주한 평화의 두 거장: 안중근의 ‘동양’과 문선명의 ‘세계’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지 116주년이 되었다. 강산이 열 번 넘게 변한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남긴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의 울림은 오늘날 분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지구촌에 여전히 유효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이번 116주기 순국 기념일을 기해 한국종교협의회(종협)와 KCLC(대한민국 기독교 성직자 협의회) 소속 성직자 19명이 뤼순관동지방법원 현장을 찾은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영웅을 추모하는 행사를 넘어, 안 의사가 못다 이룬 평화의 설계도를 현대적 관점에서 계승하려는 종교계의 결연한 의지이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집필하다 미완으로 남긴 ‘동양평화론’은 시대를 앞선 혜안의 산물이었다. 그는 단순히 일제의 침략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중·일 3국이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며 경제적·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공동체적 평화’를 제안했다. 이는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에 맞서 동양의 가치를 지키고 상생하자는 선언이었으며, 오늘날 국제 협력체의 선구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안 의사의 평화정신은 현대사에서 문선명 총재의 ‘세계평화론’으로 그 지평이 확장되었다. 문 총재는 평생에 걸쳐 국경과 인종, 종교의 벽을 허물고 인류를 하나의 가족으로 묶는 평화 비전을 일관되게 주창해 왔다. 특히 그는 중동 평화를 위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3대 종교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초종교적 화해를 실천했으며,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라는 신념으로 분쟁의 근본 원인인 증오를 치유하고자 헌신했다.
두 거장의 평화론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희생을 통한 상생’과 ‘초국가적 연대’다. 안 의사가 동양의 평화적 공존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쳤듯, 문 총재 역시 세계평화를 위해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종교 간 화합을 일구어냈다. 뤼순관동지방법원 현장에서 성직자들이 올리는 평화의 기도는 안 의사의 민족적 기개와 문 총재의 범우주적 평화 정신이 만나는 역사적 접점이 될 것이다.
현재 중동을 비롯한 세계 곳곳은 여전히 전쟁의 포화 속에 있다. 안 의사가 꿈꿨던 동양평화의 과제와 문 총재가 갈망했던 세계평화의 비전은 이제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이번 성직자들의 방문이 종교적 이념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인 평화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뤼순의 하늘 아래서 울려 퍼질 평화의 함성이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화해의 빛이 되기를 소망하며, 평화를 위해 생을 바친 두 거장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다.